중앙대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라
2,700원. 중앙대 학식은 물론 분식집의 라면 한 그릇, 김밥 한 줄도 사 먹을 수 없는 돈이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의 물가폭등이 만들어낸 생존권 위기의 시대 속에서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는 5년째 동결 중이다. 식대인상을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선전전과 투쟁이 계속 진행 중이지만, 중앙대학교 본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6시, 빠르면 오전 5시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정식 출근 시간은 7시이지만, 첫 강의 시간인 9시 전까지는 모든 정리를 끝내야 하기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아침잠을 포기하고 학교에 온다. 그럼에도 늘어난 오전의 노동에 대해서는 급여가 나오지도 않는 것이 실상이다. 오전 내내 캠퍼스 곳곳에 있는 수많은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하고 마주하는 점심을 위한 식대는 한 달 12만 원, 한 끼로 환산하면 고작 2,700원이다. 학교 밖 식당은 물론이고 학내식당에서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운 돈이기에, 비좁은 휴게 공간에서 빵과 우유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싸 올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시 학내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과가 반복된다.
깨끗하고 쾌적한 강의실, 화장실, 복도와 쓰레기통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한 끼 식사는 2,700원으로 해결하라는 중앙대학교에서 이들은 과연 인간답게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가? 우리가 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숨쉬는 모든 공간이 청소노동자의 노동으로 유지된다. 2,700원의 식대로 한 끼를 해결하라며 청소노동자의 인간적 삶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문제는 바로 우리의 일상과, 우리가 좋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 청소노동자와 우리 학생들의 권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하며, 우리는 다음을 주장한다.
첫째, 우리는 중앙대학교의 학생들도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기를 제안한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학내 모든 구성원의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투쟁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함께 관심 가지고 연대하자. 조금 어색해도 함께 서서 구호를 외쳐보는 용기, 여러 곳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한 번의 참여가 우리 중앙대학교를 바꿀 수 있다. 선전전, 서명운동 등에 힘을 모으고, 주변 학우들과 교내 구성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한 번씩이라도 이야기하자.
둘째, 청소노동자들의 원청인 중앙대학교에게 책임을 묻는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중앙대학교 본부에게 있다. 하청 도급업체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하고 있는 구조 하에서, 도급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용역 계약을 얻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강제한다. 원청자본인 중앙대학교 본부만이 청소노동자 착취의 근본적 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 측의 회피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억압의 고리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이다. 학교 본부는 지금이라도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당장 수용하라.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며, 중앙대학교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중앙대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를 인상하여 대학공동체 구성원의 인간적인 식사를 보장하라.
하나, 중앙대학교는 노동자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노조의 교섭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라.
하나, 중앙대학교는 학내 구성원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다하라.
2024년 6월 13일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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