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의 우리는 보았다. 시민을 지키기 위한 총구가 되려 시민을 향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부패한 권력은 그 권력의 원천인 시민을 배반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리하여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고, 체포·구속되었으며, 이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보았다. 여전히 이 사회의 시민된 소수자를 향하는 권력의 총구를 보았다. 탄핵만으로는 결코 시민을 향하는 그 폭압을 멈출 수 없음을 보았다.
우리는 남태령에서 보았다. 트랙터를 타고 온 농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았다. 서울경찰청은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부터 농민들이 멀쩡히 타고 올라온 트랙터를 서울의 경계인 남태령에서 막아섰다. 차벽을 새워 농민들을 가두고 고립시켰다. 트랙터의 유리창을 깨고, 트랙터에 탄 농민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우리는 혜화역과 안국역에서 보았다. 지하철 타려는 장애인을 막아서는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았다. 서울교통공사는 휠체어 발판을 방패 삼아 들며 장애인을 대놓고 조롱하였다. 여러 명이 달라붙어 휠체어 이용자의 신체와도 같은 휠체어를 강제로 끌었다.
하지만 우리는 보았다. 남태령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경찰 차벽에 둘러싸인 와중에도 밤을 지새며 농민과 연대하는 시민을 보았다.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서울교통공사의 만행에 “비켜라”를 연호하며 역사를 가득 매운 장애인과 연대하는 시민을 보았다. 그리고 광화문과 한남동의 하늘에 펄럭이던 무지갯빛 성소수자 자긍심 깃발을 보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이주민, 농민, 외국인…… 8년 전 탄핵 시국에는 찾아볼 수 없고 금기시 되었던 소수자들이 호명되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거리로, 광장으로 나서서 연대하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꾼다. 우리는 8년 전에 보았듯, 체포와 구속, 그리고 탄핵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탄핵 이후에도 소수자는 또 같은 수난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오늘의 체포와 구속, 그리고 앞으로 있을 탄핵을 축하하되 안도하고 멈춰서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탄핵 그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적극적으로 꿈꾼다. 탄핵 그 이후의 사회는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꿈꿈으로써 그 세계와 만날 것이다.
우리는 소수자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탄핵 그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