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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비상 시국일수록 소수자는 더 소외된다, 농인의 정보접근권 보장하라!

By 2024. 12. 13.(금)2월 19th, 2025No Comments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광주·전남 첫 희생자는 농인 김경철이었다. 당시 계엄군은 고인이 음성으로 대답하지 않는다며 무차별적 폭행을 가하였다. 고인은 장애인증을 내보이며 청각장애가 있다고 설명하였으나 거짓말로 꾀를 부린다며 계엄군으로부터 더 심한 구타를 당하였다. 그로부터 34년 뒤인 2024년 12월 3일, 불법적이며 위헌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다시 발동되며 농사회는 34년 전의 상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배우 김리후 역시 ‘비상계엄’ 소식을 접하자마자 복지카드부터 챙겼다며 당시의 불안감을 증언하였다.

농인들은 비상 상황에서 더욱 불안정하고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모든 정보가 농인의 일상어가 아닌 한국어로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의 선포부터 해제까지 수어통역은 없었다. 더욱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포고령은 위반 시 ‘처단’한다고 엄포까지 놓았지만 농인은 이를 한국수어로 전달받지 못하였다. 그나마 KBS에서 유일하게 수어통역을 제공한 것뿐이다.

「한국수화언어법」은 농인이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필요한 정보를 한국수어로 제공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같은 개인의 정치·사회적 권리가 제한받는 상황에서조차 농인은 그 정보를 수어로 제공받지 못하였다. 「한국수화언어법」이 단지 선언적 성격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으며, 언어를 이유로 한 구조적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인 사회에서는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농인들이 겪는 정보격차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평소에도 재난안전문자 내용이 한국어 문자로만 제공되어 농인은 대상에서 배제된다. 비상 시국일수록 정보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농인들은 더욱 소외되고, 결과적으로 더 큰 불안과 심지어는 생사의 위협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어 중심의 비상 상황 안내 체계를 점검하고, 농인 역시 국민으로서 동등하게 한국수어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방송사 뉴스특보에서도 수어통역을 필수적으로 제공하여 농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한편, 시민사회도 윤석열 퇴진 및 그 이후의 사회 대개혁을 위한 일련의 시위에서 농인의 의견이 담길 수 있도록 농접근권을 보장하며 농당사자와 함께 연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