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K-POP 아이돌 그룹 ‘빅오션(Big Ocean)’이 MBC 〈음악중심〉에서 싱글 1집 〈빛(Glow)〉의 첫 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데뷔하였다. K-POP이 최근 각양각색의 장르와 다채로운 국적의 멤버 구성으로 다양성을 넓히는 가운데 ‘빅오션’은 그 다양성의 매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린다.
찬연·현진·지석 세 명으로 이루어진 이 그룹의 멤버들은 각각 대학병원 청능사, 컴퓨터공학과 학생, 알파인 스키 선수로 사회에서 활동하다 K-POP에 대한 열정만으로 모인 만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셋은 모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비장애인 중심적으로 구성된 기존의 K-POP 문화에 장애의 측면을 더할 예정이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멤버도 있고, 후천적으로 가지게 된 멤버도 있으며 다양한 청력 범위를 가지고 있는 등 세 멤버는 같은 청각장애인으로 묶이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정도와 경험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이들은 수어와 음성언어 사이를 오가며 구화, 수어, 필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연습할 때에도 박자에 맞춰 진동을 주는 스마트워치와 깜빡이는 빛이 나오는 영상, 계이름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과 음정을 맞춰주는 인공지능 등 각종 전자기기의 활용도 특징적이다.
데뷔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진은 “‘평범한 아이돌로 봤는데 알고 보니 청각장애가 있어서 신기하고 멋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룹으로 남고 싶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달리, 데뷔 전후로 나온 여러 언론 매체의 보도 속에서 ‘빅오션’의 수식어로는 항상 “청각장애 아이돌”이 따라다녔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돌 그룹의 데뷔가 처음인 만큼, 이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청각장애인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장애에 대한 편견에서 기인한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다양성을 지향하는 K-POP이 비장애인으로 단일한 멤버 구성을 비롯하여 그동안 장애에 있어서 얼마나 차별적이고 폐쇄적이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한민국의 여러 농인들은 소속사와의 긴 싸움 끝에 사비로 수어통역을 구하고 있고, 이조차 거부 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편의제공이 법제화되어 있으나 K-POP에서는 마치 치외법권인 듯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빅오션’의 데뷔가 K-POP의 다양성에 일조하며 K-POP 속 저조한 장애인권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