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국수어는 청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였다. 지난 11월 22일 첫 방송한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한국수어는 또 다시 조롱의 대상으로 다뤄졌다. 작중 뉴스 프로그램의 수어통역을 맡은 수어통역사가 ‘산사태’ 수어를 하던 중 화면에 렉이 걸려 ‘산’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작중 제작진은 해당 수어를 보고 “야, 지금 저기서 멈추면 어떡하냐? 욕도 아니고.”라고 말하며 ‘산’ 수어를 마치 가운뎃손가락을 든 손가락 욕으로 여기며 당황해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작중 아나운서 역은 ‘산’ 수어도 아닌 대놓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보인 채 비웃으며 “이거 산이죠? 뫼 산? (…) 제대로 먹여줬네요? 엿. 아니, 뫼 산.”이라고 조롱한다.
수어로 ‘산’은 2·5지를 펴고 1지를 반쯤 편 수형이다. 그러나 청인들 사이에서 ‘산’ 수어가 가운뎃손가락만을 편 형태로 알려지며 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농담거리로 소비되어 왔다. 손가락 욕을 의도하면서 마치 자신은 ‘산’ 수어를 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유희 삼으며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로서의 수어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이는 무례를 넘어 차별과 조롱이며, 농인에게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수지노래 속 ‘사랑’만큼이나 트라우마로 남은 수어이다.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는 이러한 맥락을 싸그리 무시한 채 청인들의 유희 대상으로 삼고자 ‘산’ 수어를 의도적으로 손가락 욕처럼 보이도록 재현한 것은 농인과 수어에 대한 존중이 아닐뿐더러 혐오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해당 드라마는 농문화와 수어에 대한 이해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 채로 서사를 위한 도구로서 소비하였다.
우리는 〈청설〉에 이어 또다시 농인과 수어에 대한 비하와 무지로 가득 찬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중문화 업계 전반에 농인과 수어를 바라보는 왜곡된 피상적인 인식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수어는 단순한 배경적 요소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가진 농인들의 삶의 일부다. 따라서 수어를 다루고자 한다면, 단순히 소재로 소비하기 전에 농당사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다루어야 한다. 이제는 이런 무지하고 무책임한 제작 관행을 멈춰야 한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고 조롱한 점에 책임지고 농인에게 사과하라. 또한 업계 관계자 모두 농인과 수어, 그리고 장애를 단순히 청인과 비장애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